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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풍경
🕊 막내의 눈물, 엄마의 하루 오늘 하루, 마음이 무겁습니다. 막내를 군에 보내고 나서 괜히 집 안이 더 조용하게 느껴지고,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침에 큰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막내가 차 타고 가는 길에 훌쩍이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했던 아이가 형 앞에서 조용히 울었다는 걸 상상하니 미처 다 헤아리지 못했던 그 아이의 두려움과 떨림이 한 줄기 바람처럼 마음 안으로 밀려왔습니다. 첫째, 둘째 보낼 땐 그렇게까지 불안하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묵묵히 잘 해낼 거란 믿음이 있었고, 나 역시 마음을 단단히 먹었었지요. 그런데, 막내를 보내는 일은 왠지..
막내를 군대 보내며, 마음 한편이 뭉클합니다오늘 우리 막내가 군에 입대했습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행에서 돌아와 웃고 떠들던 아이가,오늘은 짧게 깎은 머리를 하고 군복무라는 새로운 길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머리를 바짝 자른 막내의 모습이 내 눈엔 참 귀엽기만 한데,막내는 익숙하지 않은 헤어스타일에 괜히 고개를 숙임니다.그 모습마저도 마음 한구석을 찡하게 하네요.형이 대구까지 함께 동행해주었습니다.처음엔 장난만 치던 형이었는데, 막내에게 조용히 얘기해주더군요."군대에서는 열심히 살아. 성실하게 살면 시간도 금방 가고, 어디서든 인정받는 사람이 될 거야."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들이 어느덧 서로에게 인생의 조언을 해줄 만큼 자랐구나 싶어한편으론 대견하고, 또 한편으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아이 셋을 키..
28일간의 북유럽 여행을 마치며 헬싱키 공항 마리메꼬 매장에서 “엄마 사고 싶은 거 있어?” 헬싱키 공항에 도착한 막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28일간의 긴 북유럽 여행을 마무리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날, 여행 일정을 앞당겨 가족 품으로 돌아오겠다는 막내의 말에 마음이 찡했다. 마리메꼬 매장에서 몇 가지 예쁜 소품들을 함께 골랐다. 컬러가 조금은 쨍하지만, 집 안에 두면 포인트로도 좋을 것 같아 기분 좋게 선택했다. 고르고 또 고른 저 꽃무늬 컵과 가방, 스카프 하나하나에 아들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선명한 붉은 꽃, 여행의 마무리에 핀 마음 떠날 때는..
스웨덴에서 건너온 배 네 개 스웨덴에서 여행 중인 막내에게서 사진과 함께 연락이 왔다. "엄마, 유럽 배는 모양도 다르고 맛도 달라. 엄마 꼭 먹어보게 해주고 싶어." 순간 웃음이 났다. 평소에도 과일을 좋아하던 아이였지만, 그 마음이 참 귀여웠다. 나는 말했다. “여행 중엔 실컷 먹고 와. 무겁고 번거롭잖아.” 그랬더니, 아이는 살짝 서운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래도 네 개만 사갈게. 우리 식구 넷이서 하나씩 먹게 하려고.” “엄마, 그냥 맛있다는 걸 나 혼자만 아는 건 아깝잖아.” – 스웨덴 거리에서 배를 들고 선 막내의 말 그 순간,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다..
스웨덴에서 날아온 쿠션 커버 한 장 며칠 전, 스웨덴을 여행 중인 막내에게 “패브릭 쿠션 커버 하나 사다 줄 수 있니?”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북유럽 특유의 차분하고 따뜻한 감성이 담긴 그 패턴들이 요즘 따라 자꾸 눈에 밟혔거든요. 그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으로 사진이 여러 장 날아왔습니다. 매장 안을 둘러보며 사이즈와 디자인, 원단 질감을 카메라에 담아 정성껏 보내온 막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엄마, 이건 45x45cm고 린넨 소재야. 색은 이런데, 다른 것도 봐줄까?” “이건 할인 중이래. 근데 엄마 스타일 아니면 더 찾아볼게.” 그저 "응~ 예쁜 걸로 하나 골라줘" 했던 ..
🕊 닿지 않는 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보냅니다 어젯밤, 유난히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여행 중인 막내와 연락이 닿지 않았거든요. 카톡도, 전화도 아무 응답이 없자 괜히 안 좋은 상상이 마음을 들쑤시듯 스쳐갔습니다. 혹시 아픈 건 아닐까? 길을 잃은 건 아닐까? 혼자 외로움에 떨고 있는 건 아닐까… 그저 핸드폰을 숙소에 두고 외출한 거라는 걸 알고 나서야 겨우 안도의 숨을 쉬었지만, 그 몇 시간 동안 엄마인 나는 마음 한구석이 뚫린 듯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며칠 전 강의하러 갔던 화성청소년비전센터가 떠올랐습니다. 자유를 잃은 공간. 인터넷도, 휴대폰도, 세상과 연결된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은 채 닫힌 문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청..
그때의 다짐과 지금의 너여행을 하며 막내가 내게 물었다. “엄마, 나 키우는 거 힘들었어?”아들 셋을 키운다는 건 언제나 풍성한 이야기와 예측할 수 없는 파도가 함께 있는 삶이었다. 같은 부모, 같은 집에서 자라는데도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로 사춘기를 맞았다.둘째는 사춘기가 유난히 거칠고 깊었다. 중학생때 둘째는 머리를 하얗게 밀고 들어오기도 하고, 공부는 먼 나라 얘기였다. 사고만 치지 말아달라고 기도했었다. 그 시절의 나는 매일 작게 부서지는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곤 했다.그 모든 것을 막내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린 막내가 형과 나 사이에 흐르던 긴장과 상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젠 돌이켜보면 마음이 아프다.어느 날 막내가 아주 조그맣게 말했었다. “나는… 나는 절대로 엄마를 힘들게..
다시 일어난 아이를 바라보며 어제는 산행을 포기했다는 막내의 소식에 괜히 마음 한편이 서운했습니다. 멋진 풍경을 끝까지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도, 그 순간 아이가 느꼈을 자책과 주저앉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왜 거기까지 갔는데 포기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사진이 도착했습니다. 어제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더 단단한 마음으로 산을 오르고, 마침내 정상에서 두 팔을 활짝 벌린 그 모습.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아이의 등을 떠밀어 무조건 올라가라고 하는 것보다, 그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일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부모라..
처음의 두근거림, 50대의 새로운 도전 다음 주 월요일, 저는 화성청소년비전센터로 첫 외부 강의를 나갑니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청중, 그리고 새로운 기회. 50대에 접어든 지금, 이런 도전이 저에게 다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처음은 두렵고 설레는 법이죠. 아무리 준비를 해도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작은 떨림과 기대가 공존합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잖아요. 두려움마저도 소중한 첫걸음입니다.” 이번 강의가 저에게도, 그리고 이곳에서 만날 청소년들에게도 작은 용기와 가능성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새로..
노르웨이 산행 앞에서 멈춘 이야기 노르웨이에 도착한 막내는 다음 날 스타방에르로 이동해 오래도록 그리던 산행을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날씨는 마음 같지 않게 비를 뿌려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다고 합니다. 저도 사진으로 보면서 얼마나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지 모릅니다. 고즈넉한 부두와 형형색색의 건물들, 웅장한 산세가 한 폭의 그림 같아서 막내의 여정이 부러웠습니다. 드디어 맑아진 하늘 아래 막내는 산행을 시작했지만 길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고 험했다고 해요. 2시간쯤 오르고 나니 숨이 차오르고 발길이 떨려 더 이상은 나아갈 수 없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엄마, 그래도 내가 할 만큼은 해봤어. 더 오르고 싶었는데 위험할 것 같아서 멈췄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