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혼자 걷는 풍경 (여행기) (6)
마음 속 풍경
🌿 수국 꽃길을 걸으며, 50대의 마음 어제는 수국이 활짝 핀 공원을 다녀왔습니다. 가끔은 잠시라도 복잡한 일상을 멈추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꽃길만큼 좋은 위로가 없더군요. 흰색, 분홍색, 보라색 수국들이 온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탐스러운 꽃송이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아랑곳없이 뛰어다니고, 연인들은 서로 기대어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또 어떤 이들은 조용히 개천을 따라 걸으며 이 여름을 마음에 담고 있었지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제 나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연인들의 설렘을 따뜻하게 응원하는 쉰다섯의 나이가 되었구나. 예전에는 꽃을 보면 그냥..
나이가 들수록 꽃이 더 좋은 이유 살다 보면 문득, 꽃이 이렇게 좋았나 싶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젊을 땐 스쳐 지나가던 작은 꽃송이가, 어느 날은 가만히 마음에 들어와 오래 머무르곤 하지요. 왜 나이가 들면 꽃이 더 좋아질까요? 🌿 1.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에요 젊은 시절에는 해야 할 일과 책임으로 마음이 꽉 차 있어 주변을 둘러볼 틈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면서 작은 것들을 바라보는 여유가 생깁니다. 그제야 꽃처럼 조용히 피어 있는 생명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옵니다. 🌱 2. 자연에 대한 감사가 커지기 때문이에요 꽃은 계절이 오면 어김없이 피고 집니다..

자녀 독립시키기 - 떠나보내는 마음도 아름답기를 자연 속을 걸었습니다.온갖 색의 꽃들이 피어나 있는 길 위에서, 문득 제 마음도 몽글몽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이제 막 만개한 꽃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기만의 계절을 살아가려 준비 중이겠지요.어느새 훌쩍 커서, 내 품을 벗어나려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 시선이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이유입니다.한때는 늘 손을 잡고 다니던 아이들.넘어지면 울며 엄마를 찾던 작은 존재가이제는 자신만의 걸음을 걸으려 합니다. 🌿 꽃은 뿌리에서 떠나야 더 크게 자랍니다.가지 끝에서 피어나는 꽃처럼자녀도 독립이란 시간을 지나며 더 단단해지겠지요.건전한 독립은 “떨어져 나감”이 아닌,“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걸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

오늘은 어디에도 쫓기지 않고그저 자연이 허락하는 속도에 나를 맡기기로 했다.해마다 이맘때면 철컥 닫혀 있던 간척지의 문이 열린다.모내기가 끝나가는 넓은 들판,그 옆을 따라 흐르듯 이어진 길 위에서나는 차를 멈췄다.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길가,쉼터 의자마저 푸르게 삼켜버린 풍경. “조금 쉬어가도 괜찮아.” 의자를 접고 매트를 깔고조용히 누워 눈을 감았다.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목적 없이 세상과 단절된 듯한 그 자리에서나는 오롯이 자연 속에 누웠다.창문을 조금 내리니바람이 풀잎을 스치는 소리,새들이 지저귀는 고요한 울림,그 모든 것이 말없이 속삭이는 듯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허락해주는 시간.풀 내음은 코끝에 맴돌고,노트북 화면은 켜져 있지만손은 멈춘 채마음만이 조..

안성팜랜드 여름코스모스오늘은 무언가를 '하려고'가 아니라그냥 '걸어보려고' 안성팜랜드에 왔습니다.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가운무심한 듯 피어 있는 여름 코스모스가먼저 나를 반겨주었어요.아무 말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누군가와 오지 않아도,누구를 기다리지 않아도,이 길은 나 혼자 걸어도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사방에 가득 피어 있는 분홍빛 코스모스들.바람결 따라 고개를 흔드는 그 모습이왠지 “괜찮아, 너도 피고 있어.”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지요.꽃은 어김없이 피어나고한때는 가을꽃이라 불리던 코스모스가이젠 이렇게 여름에도 피어납니다.계절이 바뀌어도,세상이 달라져도,꽃은 자기만의 때에 어김없이 피어나죠.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남들보다 조금 늦게 피어도,다르게 피어도,그것이 아름답지 않다는 법은 없습니다. ..

혼자 떠난 봄날의 목장 산책 혼자 떠난 여행길.나는 아그로랜드 태신목장을 찾았다.멀리서 보면 그저 ‘들판’ 같았지만,직접 밟아 본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 꽃향기는도시에선 도무지 만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 많은 수레국화를 본 적 있으신가요?” 푸른빛 수레국화가 끝도 없이 펼쳐진 들판을 보며어디를 봐도, 누구를 찍어도 엽서 같은 풍경.사진으로 다 담기지 않아서 아쉽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그늘 아래, 노트북을 꺼내놓고카페도, 의자도 아닌그늘 진 나무 아래 잔디 위에 자리를 잡았다.주섬주섬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블로그 글쓰기 창을 연다.새소리, 바람 소리,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이런 소리들 속에서 글을 쓴다는 건생각보다 훨씬 차분하고 따뜻한 경험이다. 아그로랜드 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