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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풍경
캐리어를 끌고 걷는 여행의 시작, 그 무게에 대하여낯선 도시의 첫 여행.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체크인이 안 되고,짐 보관소에 가방을 맡기려 했더니 결제 시스템은 익숙하지 않고,비밀번호는 6자리를 요구한다. 막내가 알고 있는 비밀번호는 4자리인데,비번 앞뒤에 0을 붙여봐도 안되고...결국 캐리어를 다시 손에 쥐고,그 무게 그대로 낯선 도심을 걷고 있다는 아들.그 아이는 지금, 북유럽의 첫 도시 코펜하겐 어딘가에서검은 캐리어를 끌고,조금은 속상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시내를 걷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짜 바라는 것우리는 종종, 우리 아이들이 더 편하고 완벽한 환경에서안전하게만 살길 바랍니다.하지만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여행은 꼭 완벽한 준비보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로 성숙해지는 것..
50대 엄마, 여행 중인 아들을 응원하며스무 살. 아들은 가벼운 배낭을 메고 세상을 향해 나아갔습니다.엄마인 나는 그저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막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이제 나는 더 이상 앞에서 길을 이끌어주는 사람이 아니라,뒤에서 조용히 응원하는 지지자가 되기로 했습니다.'엄마'라는 이름의 거리두기예전처럼 물을 챙겨주고, 속옷을 개어 넣어주는 날은 지나갔습니다.이제는 아들이 고른 항공권과, 직접 계획한 여정을 바라보며말없이 마음을 보태는 시간입니다.낯선 공항, 언어도 다른 도시에서 아들은 혼자지만 결코 외롭지 않겠지요.누군가가 멀리서 조용히 그를 믿고 있으니까요.엄마는 이제 '응원하는 사람'조언이 필요할 땐 물어올 거고, 길을 잃으면 스스로 다시 찾을 아이.그 모든 과정이 성장이란 걸 ..
너는 떠나고, 나는 너를 따라 걷는다검은 캐리어 하나, 작은 배낭 하나.느슨한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막내 아들이 34일간의 북유럽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처음엔 그저 “좋겠다”는 마음이 먼저였지만,막상 혼자 떠나는 아들을 보니 마음이 묘하게 허전했습니다.비록 나는 함께 걷지 못하지만,사진과 영상, 짧은 메시지를 따라‘엄마의 눈’으로 막내의 여행을 마음으로 함께 걷기로 했습니다.아들이 보내오는 풍경 속에서나는 천천히, 감성적으로막내의 하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스무 살.인생의 첫 긴 여행이자군 입대를 앞둔 마지막 긴 자유.너는 그 여행을 온몸으로 살아내러 떠났고,나는 그 여정을글과 상상으로 함께 하려고 합니다.“지금 네가 걷고 있는 그 길,네가 바라보는 그 하늘,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그런 마음으..

🌿 조용히 울고 싶었던 날, 나를 안아준 풍경그날은 특별히 더 힘든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라앉았다.누구에게 말할 수도,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는데가슴 어딘가가 툭 하고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그저, 조용히 어딘가에 가서 울고만 싶었다.나는 무작정 차를 몰아 들판이 보이는 외곽 길로 향했다.어디를 가겠다고 정한 것도 아니었고,누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저, 멈추고 싶었다.마음의 소음을 잠재울 수 있는 어딘가에서.햇살이 기울고 있던 시각,바람은 잔잔했고,들판엔 노란 들꽃들이 바람결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그 풍경 앞에 조용히 차를 세우고,창문을 내렸다.새소리, 풀 내음, 먼 데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곤충 소리.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들판 한가운데서나는 조용히 울었..

나는 누구에게 기대야 할까– 부모를 간병하며 나를 잃어가던 그 시간에어머니께서 요양병원에 계셨던 3년.그 시간은 단순히 ‘간병의 시간’이 아니라,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버텨야 했던 마음의 시간이었습니다.한창 코로나로 면회조차 되지 않던 때,나는 매일 아침마다 ‘오늘도 어머니는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겠지’ 하는 마음에가슴이 조여왔습니다.그렇게 3년을 조용히, 애써 울지 않으며 보내고어머니는 결국 자식들 손을 잡지 못한 채 떠나셨습니다.🌫 간병은, 외로움과의 싸움이었다간병은 단지 몸을 돌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시간을 조율하고, 약을 챙기고, 진료를 기다리고,한 사람의 하루를 대신 살아주는 일이었죠.무엇보다 힘들었던 건,나도 아픈데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나는 누구에게 기대야 하지?”그 질문..

지나간 선택 앞에 멈춰 선 어느 날가끔 그런 날이 있습니다.평범한 오후,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창밖을 바라보다가문득 오래전의 내가 떠오르는 날."그때 그 길이 아니었다면 지금 나는 어땠을까?""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지금은 달라졌을까?"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향해조용히 마음이 걸어갑니다.나만 그런 게 아니더라살아오며 수없이 많은 선택을 했습니다.때로는 큰 용기로, 때로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로.그런 선택의 결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줄은 알면서도,그때의 갈림길 앞에서 맴도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남아 있나 봅니다.주저했던 순간,모른 척 넘긴 마음,무심코 놓아버린 기회들…그 모든 조각들이 시간이 지나‘되돌아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옵니다.하지만, 모든 선택엔 이유가 있었다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요.아..

거울 앞의 나를 다시 사랑하는 법– 나이 들어도 예쁜 당신에게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주름진 눈가에 오래 멈춰 서게 됩니다.어깨선은 조금 처지고,예전처럼 단단하던 허리도 말없이 부드러워졌습니다.머리칼 사이사이 드러나는 흰빛도이젠 염색보다 자연스러움이 먼저 떠오르죠.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조금 다르지만,그 다름이 꼭 나빠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변해가는 모습, 나빠진 게 아니라 ‘달라진 것’나이 든다는 건‘예뻐지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새로운 아름다움의 의미를 배워가는 시간’입니다.눈가의 주름은 많은 날들을 울고 웃으며 살아온 기록이고굽은 어깨는 누군가를 안아주고, 견뎌낸 흔적이며희끗한 머리카락은 지나온 세월을 그대로 증명해주는 빛입니다.그러니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그건 낯선 것이 아..

🤍 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그리운 날엔 50대 이후, 고독을 슬기롭게 건너는 법어느 순간부터,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아이들은 각자의 삶에 바빠졌고,남편과는 대화보다 침묵이 익숙해졌으며,오랜 친구들과는 자주 보지 않게 되었죠.가장 조용한 시간은,집 안이 아니라 마음 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나만 이런 걸까?” 라는 생각이 들 때50대 이후의 여성들이 자주 느끼는 감정 중 하나는 ‘정서적 고립감’이라고 합니다.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그 이야기를 정말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사소한 이야기라도 공감받고 싶은데,“그런 걸로 왜 그래?” 하는 반응이 더 두려워아예 입을 닫아버린 적도 있었지요.하지만 잊지 마세요.‘말할 사람’보다 ‘들어줄 사람’이 더 필요한..

자녀 독립시키기 - 떠나보내는 마음도 아름답기를 자연 속을 걸었습니다.온갖 색의 꽃들이 피어나 있는 길 위에서, 문득 제 마음도 몽글몽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이제 막 만개한 꽃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기만의 계절을 살아가려 준비 중이겠지요.어느새 훌쩍 커서, 내 품을 벗어나려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 시선이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이유입니다.한때는 늘 손을 잡고 다니던 아이들.넘어지면 울며 엄마를 찾던 작은 존재가이제는 자신만의 걸음을 걸으려 합니다. 🌿 꽃은 뿌리에서 떠나야 더 크게 자랍니다.가지 끝에서 피어나는 꽃처럼자녀도 독립이란 시간을 지나며 더 단단해지겠지요.건전한 독립은 “떨어져 나감”이 아닌,“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걸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

오늘은 어디에도 쫓기지 않고그저 자연이 허락하는 속도에 나를 맡기기로 했다.해마다 이맘때면 철컥 닫혀 있던 간척지의 문이 열린다.모내기가 끝나가는 넓은 들판,그 옆을 따라 흐르듯 이어진 길 위에서나는 차를 멈췄다.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길가,쉼터 의자마저 푸르게 삼켜버린 풍경. “조금 쉬어가도 괜찮아.” 의자를 접고 매트를 깔고조용히 누워 눈을 감았다.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목적 없이 세상과 단절된 듯한 그 자리에서나는 오롯이 자연 속에 누웠다.창문을 조금 내리니바람이 풀잎을 스치는 소리,새들이 지저귀는 고요한 울림,그 모든 것이 말없이 속삭이는 듯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허락해주는 시간.풀 내음은 코끝에 맴돌고,노트북 화면은 켜져 있지만손은 멈춘 채마음만이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