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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풍경

자연에 누워, 새소리를 듣다 본문

혼자 걷는 풍경 (여행기)

자연에 누워, 새소리를 듣다

루체 2025. 6. 15.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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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디에도 쫓기지 않고
그저 자연이 허락하는 속도에 나를 맡기기로 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철컥 닫혀 있던 간척지의 문이 열린다.
모내기가 끝나가는 넓은 들판,
그 옆을 따라 흐르듯 이어진 길 위에서
나는 차를 멈췄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길가,
쉼터 의자마저 푸르게 삼켜버린 풍경.

 

“조금 쉬어가도 괜찮아.”

 

 

의자를 접고 매트를 깔고
조용히 누워 눈을 감았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목적 없이

 

세상과 단절된 듯한 그 자리에서
나는 오롯이 자연 속에 누웠다.

창문을 조금 내리니
바람이 풀잎을 스치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고요한 울림,
그 모든 것이 말없이 속삭이는 듯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허락해주는 시간.

풀 내음은 코끝에 맴돌고,
노트북 화면은 켜져 있지만
손은 멈춘 채
마음만이 조용히 움직인다.

노란 들꽃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다.



누가 바라보지 않아도,
그저 그 자리에 피어 있는 존재감.

 

“가끔은 그냥 피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거야.”

 

 

오늘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졌고,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이 짧은 멈춤이 내게 가르쳐 준 것,
그건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나도 괜찮다는 것.
멀리 가지 않아도,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그 자리에 피어 있는 노란 꽃처럼
나도 그렇게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


 “잠시 멈춘 그 자리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위로가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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