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엄마의 눈으로 따라가는 북유럽 (19)
마음 속 풍경
말뫼의 인심, 그 따뜻한 한 조각의 빵 스웨덴 말뫼. 하루 종일 도시 곳곳을 걸으며 여행을 이어가던 아이는,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땀이 마를 즈음, 테이블 위에 놓인 오렌지 조각이 담긴 쥬스 한 잔. 그리고 곧이어 나온 따뜻한 크루아상 하나. “엄마, 사장님이 나 예쁘다며 빵 하나 그냥 주셨어. 너무 감동이야.” – 말뫼에서 아들 웃음이 났습니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 따뜻한 손길 하나가 그 아이 마음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다는 걸, 타지에서 배운 겁니다. 그 한 조각의 빵엔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에요’라는 말 없는 응원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낯선 곳에서 낯선..

🛒 마트에서 배운 자립의 한 걸음스무 살, 유럽의 거리에서 아들은 긴 여행을 시작했습니다.낯선 도시의 풍경도, 언어도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그 아이가 가장 먼저 마주한 건 — 높은 물가였습니다.“엄마, 여기 물가 진짜 비싸. 마트 가서 생수랑 과일 샀는데 편의점보다 훨씬 싸! 너무 좋아.”물 몇 병, 과일 몇 알, 작은 간식 하나.그 소소한 장보기가 왜 이리도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걸까요.언제부턴가,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된 아이는이제는 마트에서 가격표를 살피고, 가격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챙깁니다.예전 같았으면 “엄마, 돈” 한마디였을 텐데요.“돈 아껴서 맛있는 거 사 먹겠다고”그 말 속엔 자신을 돌보려는 의지와,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었어요..
코펜하겐에서 그리운 건, 따끈한 된장찌개 한 그릇낯선 도시, 낯선 언어, 낯선 풍경 속에서생각보다 자주 떠오르는 것은 바로 익숙한 음식이었습니다.유럽의 멋진 골목, 세련된 카페, 고풍스러운 건축물 앞에서도입안 가득 떠오른 건 매콤한 떡볶이, 깊은 국물의 된장찌개,그리고 언제 먹어도 좋은 김치찌개 한 숟가락이었습니다.아들은 코펜하겐의 거리에서 연어 요리를 앞에 두고도 멋진 바에서 맥주 한잔 마시면서도“엄마,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라며 웃으며 메시지를 보냈습니다.익숙함이 그리워질 때지금껏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멀리 떨어져 있을 때 비로소 ‘소중한 것’이 된다는 말.그 말을 오늘, 다시 마음속에 새겨봅니다.세련된 요리 대신, 하얀 밥에 된장찌개 한 숟갈 떠서 김치 하나 올려 먹던그 평범한 저녁이 이렇게 그리..
혼자가 된 여행길, 그래도 너는 괜찮아기대하던 여행의 한 장면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마음속 설렘은 무너지고, 낯선 도시의 공기는 유난히 차갑게 느껴집니다.같이 걷기로 했던 사람이아무런 말 없이 대화방을 나가버렸다는 그 한 문장은엄마인 나에게도 조용한 충격이었어요.이유라도 들을 수 있다면 괜찮을 텐데,남겨진 쪽은 늘 이유를 스스로 해석해야만 하죠.혼자 그 짐을 감당하며, 계획했던 시간들을 다시 펼쳐보는 거예요.엄마는 안다.기대가 무너지는 건 늘 조용히, 갑작스럽게 일어난다는 걸.그래서 더 마음이 아픈 거라는 걸.하지만 , 너는 괜찮을 거야.지금은 속상하고 허탈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지 몰라도,여행은 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다주니까.혼자가 된 이 하루가, 너의 내면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 수 ..
여행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들때로는 낯선 도시의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오래 묵은 감정들이 풀리는 기분이 듭니다.우리는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같은 공간에 머물며스스로를 닫아 두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여행은 우리를 열게 합니다.모르는 골목, 익숙하지 않은 언어, 새로운 풍경 앞에서우리는 어느새 겸손해지고, 조금 더 솔직해지고,무언가를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게 되죠.🍦 달콤한 아이스크림 하나에 웃게 되고,햇살 좋은 거리에서 마신 맥주 한잔이마음을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어 줍니다.그리고 문득 든 생각은…‘이런 평범한 순간들이 참 고맙다’는 것.카메라에 담긴 건 풍경만이 아니에요그날의 기분, 함께 웃던 표정, 잠깐 멈춰 선 시간까지도함께 담기게 됩니다.나중에 사진을 다시 보면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
아이스크림 한 입, 맥주 한 잔, 그리고 스무 살의 여름스무 살의 여름, 그 아이는 지금 세상을 향해 자신만의 감각으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익숙하지 않은 거리, 낯선 언어, 처음 마주한 사람들.그 안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며 “여기 오길 잘했다”고 혼잣말할지도 모르고,살짝 쓴 맥주 맛에 어른의 기분을 흉내 내며 조용히 웃었을지도 모릅니다.우리는 그 나이에 그런 것들을 얼마나 하고 싶어했을까요.“언젠가” 하고 미뤄둔 꿈을 지금 우리 아이들은 실행 중입니다. 아이의 여행은 곧 나의 로망이 여행이 그저 해외여행이 아닌 이유는아이가 그 시간 속에서 진짜 ‘자신’을 마주하기 때문입니다.무언가를 정하고, 시도하고, 당황하고,그러다 웃고, 다시 걸어가는 모든 과정은단순한 관..
캐리어를 끌고 걷는 여행의 시작, 그 무게에 대하여낯선 도시의 첫 여행.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체크인이 안 되고,짐 보관소에 가방을 맡기려 했더니 결제 시스템은 익숙하지 않고,비밀번호는 6자리를 요구한다. 막내가 알고 있는 비밀번호는 4자리인데,비번 앞뒤에 0을 붙여봐도 안되고...결국 캐리어를 다시 손에 쥐고,그 무게 그대로 낯선 도심을 걷고 있다는 아들.그 아이는 지금, 북유럽의 첫 도시 코펜하겐 어딘가에서검은 캐리어를 끌고,조금은 속상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시내를 걷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짜 바라는 것우리는 종종, 우리 아이들이 더 편하고 완벽한 환경에서안전하게만 살길 바랍니다.하지만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여행은 꼭 완벽한 준비보다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로 성숙해지는 것..
50대 엄마, 여행 중인 아들을 응원하며스무 살. 아들은 가벼운 배낭을 메고 세상을 향해 나아갔습니다.엄마인 나는 그저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막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이제 나는 더 이상 앞에서 길을 이끌어주는 사람이 아니라,뒤에서 조용히 응원하는 지지자가 되기로 했습니다.'엄마'라는 이름의 거리두기예전처럼 물을 챙겨주고, 속옷을 개어 넣어주는 날은 지나갔습니다.이제는 아들이 고른 항공권과, 직접 계획한 여정을 바라보며말없이 마음을 보태는 시간입니다.낯선 공항, 언어도 다른 도시에서 아들은 혼자지만 결코 외롭지 않겠지요.누군가가 멀리서 조용히 그를 믿고 있으니까요.엄마는 이제 '응원하는 사람'조언이 필요할 땐 물어올 거고, 길을 잃으면 스스로 다시 찾을 아이.그 모든 과정이 성장이란 걸 ..
너는 떠나고, 나는 너를 따라 걷는다검은 캐리어 하나, 작은 배낭 하나.느슨한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막내 아들이 34일간의 북유럽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처음엔 그저 “좋겠다”는 마음이 먼저였지만,막상 혼자 떠나는 아들을 보니 마음이 묘하게 허전했습니다.비록 나는 함께 걷지 못하지만,사진과 영상, 짧은 메시지를 따라‘엄마의 눈’으로 막내의 여행을 마음으로 함께 걷기로 했습니다.아들이 보내오는 풍경 속에서나는 천천히, 감성적으로막내의 하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스무 살.인생의 첫 긴 여행이자군 입대를 앞둔 마지막 긴 자유.너는 그 여행을 온몸으로 살아내러 떠났고,나는 그 여정을글과 상상으로 함께 하려고 합니다.“지금 네가 걷고 있는 그 길,네가 바라보는 그 하늘,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그런 마음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