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풍경
캐리어를 끌고 걷는 여행의 시작, 그 무게에 대하여 본문

캐리어를 끌고 걷는 여행의 시작, 그 무게에 대하여
낯선 도시의 첫 여행.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체크인이 안 되고,
짐 보관소에 가방을 맡기려 했더니 결제 시스템은 익숙하지 않고,
비밀번호는 6자리를 요구한다. 막내가 알고 있는 비밀번호는 4자리인데,
비번 앞뒤에 0을 붙여봐도 안되고...
결국 캐리어를 다시 손에 쥐고,
그 무게 그대로 낯선 도심을 걷고 있다는 아들.
그 아이는 지금, 북유럽의 첫 도시 코펜하겐 어딘가에서
검은 캐리어를 끌고,
조금은 속상하고, 불편한 마음으로 시내를 걷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짜 바라는 것

우리는 종종, 우리 아이들이 더 편하고 완벽한 환경에서
안전하게만 살길 바랍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여행은 꼭 완벽한 준비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로 성숙해지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그 아이가 겪은
‘가방을 맡기지 못한 에피소드’는
실은 아주 의미 있는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캐리어 끌고 다녀볼게요.”
그 말 뒤에 당황스러움도, 불편함도,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단단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혼자 여행을 떠났다고 해서
혼자서 모든 걸 완벽히 해내길 바라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그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믿어보는 경험을 하기를 바랍니다.

🕊 우리는 이제 응원자입니다
이제는 엄마의 품 안이 아닌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조금은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며 응원해야 할 시간입니다.
비밀번호 네 자리, 여섯 자리쯤에서
길을 멈추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게를 끌고서라도 자기 속도로 걸어보는 아이들이 되기를.
그리고 그 아이의 등을
조용히, 다정하게 바라볼 줄 아는
멋진 부모가 되기를.
“길을 묻는 아이가 아니라,
길 위에서 답을 찾는 아이가 되기를.”
– 오늘도, 멀리서 그 걸음을 응원하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에게
'엄마의 눈으로 따라가는 북유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스크림 한 입, 맥주 한 잔, 스무 살의 여름 (0) | 2025.06.22 |
---|---|
50대 엄마, 여행 중인 아들을 응원하며 (4) | 2025.06.19 |
스무 살 막내아들의 34일간의 북유럽 배낭여행 (1) | 2025.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