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풍경
세월을 말아 올리는 곳 – 20년전 단골 미용실에서 본문
세월을 말아 올리는 곳
오랜만에, 참 오랜만에
옛 단골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큰아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머리를 다듬던 그곳.
그때는 참 자주 찾았던 단골집이었죠.
동네 사랑방으로 재래시장 사람들과 하하호호
웃음이 오가던 작은 미용실.
시간이 그대로 멈춘 풍경, 변한 건 우리뿐
오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대로인 풍경에 마음이 먼저 멈춰 섰습니다.
벽에 걸린 거울도,
파마약 통이 가득한 롤카트도,
허리 높이의 작은 장식장과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까지도
마치 시간이 머무는 듯한 공간이었어요.
어르신들이 채운 의자, 바뀐 풍경
예전엔 엄마 손잡고 온 아이들과
파마를 말던 중년 여성들로 북적였던 이곳.
이젠 머리 희끗한 어르신 손님들이
조용히 자리를 채우고 계셨습니다.
말수는 줄었고,
대신 고개 끄덕이며 마주보는
서로의 익숙한 온기가 느껴졌지요.
차 한 잔, 추억 한 모금
머리를 하러 간 건 아니었어요.
그저 그리워서,
예전에 살던 지역,
지나 던 길에
잠깐 들러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나왔을 뿐.
미용실 언니의 손길은
여전히 다정했고,
"아들 사업은 잘 되지?"
하는 안부 인사에 괜히 코끝이 시큰했습니다.
⏳ 세월을 말아 올리는 곳
머리를 자르고 말던 이곳에서
사실은 우리의 시간도 함께 다듬어지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파마 롤이 돌돌 말리던 시간 속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엄마들의 수다도,
봄날의 햇살도 함께 있었던 거예요.
오늘, 그 자리에서 다시
조용히 세월을 한 움큼 말아 올리고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
거울 속 흰머리 몇 올이 문득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 공간도, 그 시간도
우리의 나이듦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해주는
소중한 장소였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마음으로는 여전히
그 미용실 한켠에 앉아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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