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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풍경

뿌리 내리지 못한 모, 다시 심는 삶 – 오늘도 우리는 땅을 일군다 본문

쉼표가 필요한 날엔 (일상 에세이)

뿌리 내리지 못한 모, 다시 심는 삶 – 오늘도 우리는 땅을 일군다

루체 2025. 6. 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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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내리지 못한 모, 다시 심는 삶 

지난주, 모내기를 했습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한 줄 한 줄 정성껏 심었지만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모들이
누렇게 변해버렸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자연은 계획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
우리는 다시 오늘, 그 논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 다시 심는다는 것

그저 또 모를 낸 것일 뿐인데
묘하게 마음이 울컥합니다.

한 번 실패했던 밭.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씨앗을 심고, 뿌리를 기다리는 사람들.

삶이란 어쩌면
그 실패를 다시 견뎌주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 오늘, 아버지와 두 아들이 함께

오늘 논에는
아버지와 두 아들이 함께 서 있습니다.

모를 건네고, 기계를 돌리고,
손발을 맞추는 그 모습은
단순히 농사일을 하는 장면 그 이상입니다.

“흙을 밟는 이 시간, 우리는 서로의 마음도 함께 일구는 중이야.”

땅을 일구는 손끝에,
가족이라는 단단한 뿌리가 느껴졌습니다.


🌾 논이 주는 시간의 속도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간의 감각.
흙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대고,
기계가 지나간 자리에 줄지어 서 있는 연한 모들.

그 속에서 우리는 배웁니다.

  • 너무 빨라도 안 되고
  • 너무 늦어도 안 되며
  • 가장 적당한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

누렇게 젖어버린 날들 위에, 다시 푸르게

지난주의 가장자리,
누렇게 변한 모는 아직도 마음 한편에 아쉽게 남아 있습니다.

갈아엎을까 말까,
그냥 얼른 뚱땅 넘어가고 싶던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은 실패를 인정해야 더 단단해진다는 걸 알기에
오늘, 다시 심었습니다.

사람도, 삶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할 때가 있고,
그럴 땐 다시 심고, 다시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무리하며

오늘 다시 모를 낸 논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실패를 뽑아낸 것이 아니라,
희망을 다시 심고 있는 중이구나.”

삶은 완벽하지 않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도
그 ‘다시’의 순간이
조금은 덜 두렵고, 조금은 더 따뜻하게 다가가기를 바라며,
오늘의 모내기 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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