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쉼표가 필요한 날엔 (일상 에세이) (13)
마음 속 풍경

세월을 말아 올리는 곳오랜만에, 참 오랜만에옛 단골 미용실에 들렀습니다.큰아이 초등학생이던 시절,머리를 다듬던 그곳.그때는 참 자주 찾았던 단골집이었죠.동네 사랑방으로 재래시장 사람들과 하하호호 웃음이 오가던 작은 미용실. 시간이 그대로 멈춘 풍경, 변한 건 우리뿐오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그대로인 풍경에 마음이 먼저 멈춰 섰습니다.벽에 걸린 거울도,파마약 통이 가득한 롤카트도,허리 높이의 작은 장식장과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까지도마치 시간이 머무는 듯한 공간이었어요.어르신들이 채운 의자, 바뀐 풍경예전엔 엄마 손잡고 온 아이들과파마를 말던 중년 여성들로 북적였던 이곳.이젠 머리 희끗한 어르신 손님들이조용히 자리를 채우고 계셨습니다.말수는 줄었고,대신 고개 끄덕이며 마주보는서로의..

뿌리 내리지 못한 모, 다시 심는 삶 지난주, 모내기를 했습니다.열심히 준비하고, 한 줄 한 줄 정성껏 심었지만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한 모들이누렇게 변해버렸습니다.언제나 그렇듯,자연은 계획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우리는 다시 오늘, 그 논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다시 심는다는 것그저 또 모를 낸 것일 뿐인데묘하게 마음이 울컥합니다.한 번 실패했던 밭.하지만 포기하지 않고다시 씨앗을 심고, 뿌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삶이란 어쩌면그 실패를 다시 견뎌주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아버지와 두 아들이 함께오늘 논에는아버지와 두 아들이 함께 서 있습니다.모를 건네고, 기계를 돌리고,손발을 맞추는 그 모습은단순히 농사일을 하는 장면 그 이상입니다.“흙을 밟는 이 시간, 우리는 서로의 마음도 함께 일구는..

오늘, 나에게 다정한 쉼표 하나 안성 ‘목적지9’에서의 오후언제부턴가 내 하루엔 ‘쉼’이라는 단어가 사라졌습니다.아이들은 다 컸지만, 마음은 여전히 분주했고달력엔 ‘해야 할 일’들만 빼곡히 채워졌지요.한참 전부터“배꽃 필 때 꼭 한 번 가봐야지.”했던 이곳을 결국 또 한 해 넘기고야 말았습니다.배꽃은 이미 지고 없지만,오늘은 그저 나를 위한 하루를 선물하기로 했습니다.안성의 조용한 숲과 커피 향이 흐르는 이곳,**‘목적지9 베이커리 카페’**로요.🌲 나무 사이를 걷는 일카페 앞에 펼쳐진 숲길.햇살은 따갑지만 바람은 가볍고,나무들은 오늘도 제자리에서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가끔은 말 한마디 없는 풍경이누군가의 위로보다 더 큰 힘이 됩니다.그저, 가만히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