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풍경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산행 앞에서 멈춘 이야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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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산행 앞에서 멈춘 이야기

노르웨이에 도착한 막내는 다음 날 스타방에르로 이동해 오래도록 그리던 산행을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날씨는 마음 같지 않게 비를 뿌려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다고 합니다.
저도 사진으로 보면서 얼마나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지 모릅니다.
고즈넉한 부두와 형형색색의 건물들, 웅장한 산세가 한 폭의 그림 같아서 막내의 여정이 부러웠습니다.
드디어 맑아진 하늘 아래 막내는 산행을 시작했지만 길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고 험했다고 해요.
2시간쯤 오르고 나니 숨이 차오르고 발길이 떨려 더 이상은 나아갈 수 없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엄마, 그래도 내가 할 만큼은 해봤어. 더 오르고 싶었는데 위험할 것 같아서 멈췄어.”
듣는 순간 저는 솔직히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저렇게 멋진 곳을 끝까지 올라가 보지 못했다는 게 아쉬워서일까요?
아니면 아들이 ‘포기’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제 기준에서 조금 낯설어서였을까요.

그렇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혼자 낯선 곳에 가서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안전을 먼저 택하는 결정을 하는 것.
그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부모라는 마음은 늘 같아서,
‘조금만 더 가보지’ 하는 바람과 ‘거기서 돌아와줘서 다행이야’ 하는 안도감이 함께 뒤섞입니다.
언젠가는 그 산의 꼭대기에 다시 서게 될 날이 오겠지요.
그날엔 오늘 이 아쉬움마저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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