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꽃길에서 느낀 50대의 마음

🌿 수국 꽃길을 걸으며, 50대의 마음
어제는 수국이 활짝 핀 공원을 다녀왔습니다.
가끔은 잠시라도 복잡한 일상을 멈추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꽃길만큼 좋은 위로가 없더군요.
흰색, 분홍색, 보라색 수국들이 온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탐스러운 꽃송이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아랑곳없이 뛰어다니고, 연인들은 서로 기대어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또 어떤 이들은 조용히 개천을 따라 걸으며 이 여름을 마음에 담고 있었지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이제 나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연인들의 설렘을 따뜻하게 응원하는 쉰다섯의 나이가 되었구나.

예전에는 꽃을 보면 그냥 예쁘다, 좋다 하고 지나치기 바빴는데 이제는 그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시간,
그 뒤에 숨은 계절의 변화가 먼저 보입니다.
수국이 한 송이 한 송이 모여 둥글고 풍성한 꽃을 이루듯이,
나의 삶도 그렇게 많은 시간과 경험이 겹겹이 쌓여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겠지요.
어느새 50대 중반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꽃길에 서면 설렘이 있습니다.
이 나이에도 여전히 처음 보는 풍경에 마음이 뛰고,
예쁜 꽃송이 하나에도 미소가 번지니,
나이듦이란 꼭 잃어버리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어 좋다고 느끼는 순간이 늘어갑니다.
지나가는 계절을 놓치지 않게 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아마 그래서 꽃길에 서면 더 따뜻해지고, 더 부드러워지고, 더 많이 웃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내 마음에도 수국처럼 고운 순간이 피어납니다. 🌸